OMA NY의 공동 설립자인 조슈아 프린스 라무스는 OMA NY가 ‘REX’ 로 명칭을 바꾸기 이전까지 라스베이거스 구겐하임 허미티지 뮤지엄과 시애틀 중앙도서관 프로젝트를 공동 총괄했다. 미국 AIA에서 수여하는 건축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윌리 극장으로 주목을 받으며 이제는 OMA라는 꼬리표 대신 REX의 대표 건축가로 나선 조슈아와의 인터뷰 통해 REX의 행보에 대해 들어보자. 
 
윌리 극장이 미국의 많은 매체를 통해 주목 받았다. OMA NY에서 독립한 후 REX는 OMA 출신이 갖는 ‘건축적 언어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나?
당신의 질문과 내 답변에 대한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REX와 OMA NY가 같은 회사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2000년에 설립된 REX(이전에 OMA NY)는 전략적으로는 연계를 맺고 있어도 항상 로테르담의 OMA와는 독립적이었다. 렘 콜하스와 나는 회사의 공동 소유주였지만, 내가 회사 업무를 책임져왔다. 2006년 나는 렘 콜하스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 지분의 50%를 사들였고 회사명을 OMA NY에서 REX로 변경했다.

OMA는 여러 방면에서 성공적인 업적을 보유하고 있다. 시애틀 중앙도서관 설계는 이 중 하나이며, 윌리 극장은 이를 한 단계 더 진전시켰다. REX는 프로젝트에서 설계 단계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집단이라 고도로 분석적인 방식에 전념하게 되었다. 대상이 아닌 프로세스를 창조함으로써 우리는 개인적으로 구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해법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경험으로 증명해왔다. 나아가 이를 통해 우리의 작업은 하나의 건축 언어나 건축 이론으로 인한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윌리 극장 경우 REX가 유일한 건축 설계자다. REX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 프로젝트의 설계를 맡았다. 윌리 극장 설계 시작 단계에서 렘 콜하스 및 OMA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이후, 우리는 프로젝트의 업적을 “REX/OMA, 조슈아 프린스 라무스(프로젝트 책임자)와 렘 콜하스”에 돌리기로 했다.

간단히 말하면 REX의 과정은 이제 OMA로부터 벗어나 10년간 진화한 결과물을 빚어내고 있다. 

시애틀 중앙도서관의 큰 성공 이후 부담은 없었나?
당연히 있었다. 우리는 시애틀 중앙도서관의 성공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음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윌리 극장을 통해 우리에 대한 어떠한 의구심도 잠재웠기를 바란다.
 
최근 거대 건축물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이유가 있나? REX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우리의 작업은 소규모(캘빈 클라인의 인형의 집)에서부터 대규모 프로젝트(뮤지엄 플라자)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다양하다. 대형 건축물에 집중하지 않을뿐더러 규모나 비용에 따라 프로젝트를 선정하지도 않는다. 어떤 프로젝트든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느냐에 따라 작업을 택한다.

우리는 복잡한 프로그램 구성, 공공/민간 프로젝트에 지적 흥미가 있다. 그러한 프로젝트에서 건축가 한 명이 하는 설계는 유익하지도 않을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 더욱이 이들 프로젝트를 둘러싼 정치적 과정은 복잡하고 모호하기 때문에 전체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결정이나 개별적인 프로그램의 디자인에 앞서 건축적 해법과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갈수록 이러한 도전 과제가 많아지기 때문에 REX는 부분 요소들이 변화하고 스케일에 따라 여러 설계자가 필요한 경우에도 개념적인 일관성과 신뢰성을 위한 새로운 유형을 개척하는 데 관심을 둔다. 우리는 이러한 유형을 들어 ‘메가 스트럭처’라기보다는 ‘스트라테고 스트럭처(stratego-structures)’라고 농담조로 말한다.


REX의 도해적인 과정은 ‘네덜란드 건축’과 유사하다. 유럽의 건축 프로세스를 미국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그 영향 때문에 최근작 대부분이 유럽에 편중된 것은 아닌가?
시애틀 중앙도서관 이후 우리는 전통적인 설계를 시작하기에 앞서 팀원 모두가 충분히 숙고할 시간을 갖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보통 3개월) 설계를 유보하자고 고객들을 설득해왔다. 건축주와 함께 직면하고 있는 주요 문제점을 파악한 다음에 건축적 제안을 고려하는 공동의 입장을 세운다. 의사소통에서 우리가 발견한 최고의 언어는 바로 도면이다. 이러한 과정이 반드시 네덜란드 식이라고 증명할 수는 없지만, 이는 미국이든 어느 곳이든 매우 성공적이다.
 
 ‘네덜란드 건축’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많은 건축가가 ‘네덜란드 건축’의 위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네덜란드 건축’의 위기가 실제적인 상황이라 하더라도 이에 대한 내 입장은 도면이 연역적인 시작 단계로 잘못 이해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는 많은 아이디어가 현실화에서 실패하게 되는 원인이다. REX의 경우 도면은 귀납적인 많은 수정이 가해진 결론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이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건축은 무엇인가? 그리고 앞으로 미래 사회에 건축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난 세기 초, 모더니스트들은 형태와 기능 사이의 인위적인 간극을 만들어냈고, 기능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들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고, 무미건조한 비인간적인 건축을 생성해냈다. 그러나 대개 이들의 이론은 또 다른 건축적 양식으로 빠르게 변모했다. 지난 세기 후반 모더니즘의 실패로 인해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이와 똑같은 양분을 번복했지만, 이번에는 형태로 완전히 기울고 말았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부상은 건축가들의 소심함에서 비롯된 직접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갈수록 우리 건축가들은 의무를 병행하는 당연한 책임감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안타깝게도 여기에는 통제가 뒤따른다. 자기 소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후퇴를 승리라고 우기며 자칭 포스트모더니즘의 언어로 무턱대고 나아간 것이다. 우리는 저작권을 빼앗아 이를 (창조와 실행의 통합) 과정에서부터 형태만을 위한 창조에 전념하게 했다.

건축가들이 과정의 저작권을 사물의 저작권보다 우선시할 수 있다면, 창조와 실행을 재결합하고 형태와 기능을 다시 통합할 수 있을 것이다. 의무뿐만 아니라 통제권도 회복할 수 있다. 그리고 정치, 가치 생성, 조달 전략을 통해 개념 생성에서부터 개선, 완성 과정으로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통해 보다 경제적인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건축가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실치 않은 두 가지 새로운 문제와 부딪히게 된다.
첫째, ‘저작권’이라는 용어는 단수 개념이지만, 프로세스는 주로 소유권을 응당 주장할 수 있는 사람들의 집단에서 출발한다. 저작권은 알다시피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해냈다’는 공적을 돌릴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 프로세스의 큐레이터로서 우리는 무질서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설계 제작에 투자할 때, 우리는 가능성의 영역이 완전히 결정되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과정을 신뢰한다면, 결과물에 대한 위험을 즐길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역설적이게도 건축가들은 통제권을 회복해야 하는 동시에 생산적인 목적을 위해 다시 이를 잃을 수 있는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 

REX는 이러한 점을 명심해서 도전하고 형태를 발전시켜 나간다. 우리는 건축이 단순히 무엇인가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을 실행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일부 건축사무소는 프로그램과 구성을 독특한 형태, 미학에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지만, 한 세기에 걸쳐 형태와 기능을 두고 벌어진 갈등이 비생산적인 것이라고 본다. 대신 우리는 건물의 ‘성능’을 최대화하고 각 프로젝트에서 균형적 사용, 구성, 형태에 주안점을 둔다. 이를 위해서 앞서 언급한 대로 통제력을 얻기 위해 의무를 받아 들이고, 사물이 아닌 프로세스를 창조하고자 한다. 그리고 ‘생산적으로 통제력을 잃는 것’을 즐긴다.

당신은 철학적 배경에 따라 건축에 대한 남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당신의 개별적 이론 전개는 그다지 공격적이지 않은 것 같다.
REX의 설계 방법론은 나의 철학에 대한 배경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우리는 철학적 담론에서 대표적인 소크라테스 식 방법론을 디자인에 사용한다. 즉, REX는 수평적인 조직이다. 우리는 전통적인 개념의 통제권에 개의치 않고, 누가 아이디어를 내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아이디어가 좋은지에 관심을 모은다. 아이디어에 참여하는 누구든지 이를 소크라테스 식 집단 도전에 대응해 옹호할 수 있으면 된다. 또한 우리의 설계 과정은 매우 다윈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적자생존의 법칙이다.
둘째, 철학을 오랫동안 공부한 사람은 대부분의 철학자가 자신들의 작업과 글의 제한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특정 이론이나 하나의 이론적 체계에 자신을 속박함으로써 지적 예리함과 새로운 생각을 탐구할 수 있는 능력을 억압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철학은 특정 이론(사고)보다는 사고의 과정인 ‘메타 이론’에 중점을 둔다. 이와 유사하게 REX도 상당히 발전하고 진보된 개별 이론이 있지만, 이는 대상이 아닌 프로세스에 중점을 둔 메타 이론이다. 우리는 이러한 방법론을 통해 모든 유용한 논의와 이론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 간략히 말하자면, 우리의 프로젝트는 서로 달라 보이고 기저에 깔린 이론이 다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반적인 과정은 상당히 진보적이고 효과적이며 반복이 가능하다. 



뉴욕 출신 건축가로서 현재의 뉴욕을 어떻게 생각하나?
9.11 테러는 뉴욕을 세계에서 가장 ‘현대적인’ 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기회로 작용했다. 안타까운 것은 세계무역센터에서 9.11 사태를 비전 축소에 대한 구실로 제시함으로써 맨해튼이 오히려 퇴보적인 길을 걷게 되었다는 점이다.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새로운 계획안은 과거의 묘지 역할을 한다. 뉴욕은 세계무역센터 건립 이래 지난 40년 동안 상당한 발전을 보여왔지만, 도시에 대한 아이디어에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최근 경제 위기 덕분에 오히려 맨해튼이 이러한 침체 상태로부터 깨어났다고 본다.
 
많은 건축가가 동아시아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유럽의 건축가들 역시 지속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당신에게 동아시아는 어떤 의미인가? 용산 프로젝트 공모전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작업을 하면서 서울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나?
솔직히 말하면 용산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었고, 오히려 SOM의 맨해튼 사무소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의미심장한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 조만간 이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뷰   조슈아 프린스 라무스 x 이경택 기자  사진 이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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