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구성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겠으나 센트럴 시티의 배치 및 내부로의 진입은 비통합적인 것으로 보인다. 시설들은 북쪽의 호텔에서 남쪽의 호텔까지 고정폭의 정확한 정방형 구성을 하고 있고, 두 시설 사이에 리테일과 예식홀로 구성된 추가적인 상업시설이 끼어있는 형상이다. 따라서 호텔과 백화점은 각각의 전면도로에서 개별 출입구를 가지나, 백화점 내부를 통해서 또는 터미널을 통해서 진입이 가능할 뿐이고 독립적인 입구를 가질 수 없다. 이것은 전체시설을 연결할 수 있는 신경계가 그 맥을 차단 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중간시설의 성격에 대한 정의가 적극적이지 못한 바에 기인하다고 볼 수 있다.

백화점과 터미널 사이에 일정 폭의 리테일 몰을 형성하고 호텔의 배치도 한쪽을 온통 점령하기보다는 일부를 열어주는 개방된 모습을 취해 오토 몰과 리테일 몰을 이어 준다면 남북을 관통하는 센트럴 시티의 활기가 더욱 살아났으리라.

복합상업시설이 사용자들에게서 그 상업적이고 공공적인 성취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순환적인 동선을 설정하거나 구심적인 공간을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큰 개별 시설들의 덩치에도 불구하고 개별적인 독주자이기보다는 명문 오케스트라의 일원이기를 기뻐하는 듯한 후쿠오카 캐널 시티의 호텔, 극장, 양판점 군들 사이에서 굽이치는 리테일 몰은 건축물과 보행 자체가 하나의 체험이 되도록 한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캐널 시티에서만 누릴 수 있는 소비의 가치를 가져간다. 그 인공운하의 가로는 결코 공공적이려고 애쓰지 않으며 지극히 상업적이려고 의도되었지만 그것은 이미 도시민이 충분히 대가를 지불하려고 하는 새로운 가치의 공공성을 획득했다.


호튼 플라자에서의 체험은 조금 더 개방적이고 도시적이다. 예리한 사선과 호가 이뤄내는 오픈 몰의 공간, 그곳은 이미 도시의 일부분이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이미 도시 내 가로를 즐기는 것처럼, 기분 좋은 카페 거리에 앉아 있는 것처럼, 그 계산된 건축적 세팅을 누리고 있다. 도시 내의 새로운 도시 역할을 할 센트럴 시티 개념은 이런 공간 내에서라야 자연스런 생명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센트럴 파크라 명명된 터미널 내부 공간은 센트럴 시티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공간이다. 그 내부공간은 새로운 개념의 콘코스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특별히 배려된 한 단 높은 내부정원의 섬 위에 수목들이 드리워져 있고, 사람들은 공원을 거닐 듯 콘코스 내부를 누릴 수 있다. 천창이었으면 더 좋았을 천장에는 거친 듯한 디테일이지만 철골 아치들이 이 건물의 상업공간에서는 누리지 못한 생동감을 주고 있다. 휑하고 음식 냄새와 불쾌한 호객만 난무하는 어두운 터미널의 이미지가 아닌 이런 공간이 전체에 그 영향력을 연장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별개의 건물인 듯한 오토몰 부분도 백미라 할 만하다. 특히 지상부의 특성화된 리테일들과 지하의 오토몰은 그 시설의 선정에서부터 설계와 시공까지 고민하고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애초에 한 식구로 고민되지 못한 사연을 아쉬워하듯, 금그어진 영역 상의 한계로 인해 이러한 훌륭한 잠재 앵커가 센트럴 시티의 부속건물이 된 것은 역시 큰 아쉬움이다. 이 쇼룸은 더 큰 꿈을 품을 수 있었다. 정적이고 평면적인 역할을 벗어나 실제로 상업시설들을 꿰뚫고 아우를 수 있다. 사람들은 여기서 자동차를 테마공원으로 즐길 수 있다. 기존의 면적구성을 유지하는 전제 하에서라도 이러한 시설과 구성이 내외부의 오픈 스페이스나 터미널과 더불어 전체의 구심공간이 되도록 위치와 형태를 정립할 수 있었다면 센트럴 시티의 가치는 빛을 더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토몰 시설군이 만들어내는 건축적 우수성과 지상공간의 여유는 센트럴 시티가 적어도 스트리트 사이드 시티로는 성과를 높이도록 할 것이다.


SPACE 2000년 4월호(393호)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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