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에서 「공간」으로...
그는 한국적 현대건축의 추구과정에서 「形態的」으로 접근한 부여박물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거울삼아 「窮極的」으로 접근함이 필요함을 깨닫고, 한국인에 맞는 공간과 스케일, 그리고 비례감 등에 대한 탐구에 몰두했다. 바로 원서동 공간사옥은 이같은 그의 공간이론을 처음으로 현실화시킨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건물은 우선 외부로부터의 진입과정과 외부공간 구성이 독특하다. 복잡한 도심가로와 연결된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옆으로 비켜선 커다란 앞 마당이 보인다.
영역이 다름을 암시하는 몇 개의 계단을 내려서면 바로 커다란 공간에 진입하게 되는데, 바로 이곳이 건물의 모든 동선이 모이고 흩어지는 전통주택에서의 「마당」과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커피숍이 보이고, 지하극장을 내려 갈 수도 있으며, 더욱이 시각적으로 전개되는 뒷마당의 모습은 이 건축물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구성의 진수다.
이 건물이 뛰어난 점은 이러한 외부공간이 내부공간과도 밀접한 상관성을 지니도록 계획된데 있을 것이다. 커피숍은 바닥까지 유리로 처리되어 내부와 외부공간 사이의 交互作用을 극대화 하고 있다. 1층의 현관에 들어서서 안내실과 담화실을 지나며 갖게 되는 마당으로 향한 內向的 視線도 내부와 외부의 극적인 일체화를 꾀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 건물은 전통건축에서 느낄 수 있는 「수평적 휴먼스케일」을 「수직적 휴먼스케일」로 바꾸어 보려는 노력이 보이는 작품이다.

계단의 폭이 작은 경우 2尺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곳도 있고, 천장 높이가 7尺도 안되는 등 한옥에서 특히 친숙한 인간적 공간감을 맛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휴먼스케일」을 강조하기 위해 전체 건물의 덩어리가 나뉘어 있음은 물론, 계단이나 화단, 담장, 나아가 벽면의 벽돌 내어쌓기나 돌출창의 배열 등에서 모두 한국인에 친숙한 리듬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계획된 것이 이 건물의 특징이다.

70년대초 공간사옥으로 부터 출발한 그의 건축은 그 후 「문예진흥원」이나 「샘터사옥」, 「마산성당」, 「경동교회」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속적으로 벽돌의 사용에 의한 궁극공간과 인간적 스케일의 구현에 초점이 맞추어 졌으며, 이는 이 땅에 소위 「벽돌건축의 문화」를 여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발표된지 25년이 지난 지금도 「공간사옥」은 도시내의 단순한 소규모 사무소건물에 머무르고 있지 않다. 이 건물은 아직도 끊임없이 한국의 현대건축이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전통에 대한 탐구」와 그것의 「현대적 접목」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는 작품일 것이다. <글 임창복·성균관대학교 건축과 교수, 건축·조경 및 토목공학부장>


SPACE 1999년 4월호 (381호)에 소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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