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미는 거대 도시의 보편적 풍경과 부산이라는 특정 지역의 지역성을 독특한 방법으로 혼재시킨 사진을 보여준다. 망망한 바다와 아련한 바위섬 등은 그 도시를 덮고 있는 복잡한 표피에서 생겨나는 익명성과 혼재되어 있다.

그러나 그의 사진 속에서 그 혼재된 풍경은 온전한 재현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 모든 풍경은 도시의 보편적 거주지인 아파트의 복도처럼 조망을 가능하게 하는 건축적 구조물 너머에 존재한다. 흑백의 색조는 작품에서 발산하는 직설적 재현의 파장을 차단시키고 있다.

대상에 접근하는 인터페이스를 과장되게 재현해 놓은 그의 사진 앞에서 우리의 시선은 그 너머 풍경에 자연스럽게 몰입해 오던 관성을 유지하지 못한다. 작가는 대상을 재현하는 사진의 프레임에 대상을 관조하는 사람의 프레임을 중첩시켜 놓는다. 결국 그 너머에 있는 모든 것들은 그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들을 응시하는 지금 여기의 문제임을 조용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
 
글 고원석 (공간화랑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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