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at Platform 2009 in KIMUSA
Photo by Myoung-Rae Park
 
AVPD는 덴마크 출신 아슬락 비백과 피터 도싱으로 이뤄진 미디어 작가 그룹이다.

공간을 인식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 온 이들은 건축, 디자인, 문학,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로 설치 작업을 해왔다. 한국에서는 지난 9월 진행된 플랫폼 2009에 참여, ‘스토커’라는 작품을 선보였고 이는  2008년 쌈지 갤러리에서 열린 ‘트랜스-미션’에 이은 두 번째 작업이다. 새하얀 방안에 45도 기울어진 거울을 배치하여 스스로 자신을 뒤쫓는 기이한 현상을 연출하였다. 난해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한 기계적 체험이 아닌 인간이 쉽게 느끼고 지각할 수 있는 공간을 통한 본능적 착시를 의도하는 미디어 작업이다. 지난 9월 한국을 방한한 AVPD를 기무사에서 만나 미디어 작가가 다루는 건축, 그리고 공간에 대한 색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우선 간단하게 작품 설명을 한다면 

AV: 이번 전시를 위해 우리가 선택한 작품은 작년에 출시한 STALKER (번역: “미행자”) 라는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이 특정 작품이 옛 한국의 CIA와도 같다는 기무사라는 주어진 특정 주제/내용/배경과 흥미롭게 어우러질 것 같아서였다. 우리 작품은 대략 3개의 테마가 있다. 첫 테마는 공간의 이해다. 우리가 공간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이해하는지 말이다. 두 번째 테마는 주관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하나의 주체로서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한 공간 내의 주체로서 어떻게 이해하는 지다. 그것이 두 번째 문제이다. 세 번째 문제는 inter-subjectivity (번역: 상호주관성) 이다. 이는 우리가 우리 작품 내의 서로 다른 주체가 서로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술가로서 공간이라는 요소에 관심을 가지게 된 어떠한 동기나 이유가 있나. 공간을 어떻게 취급하는가?


PD
: 당신과 나, 우리가 이렇게 앉아 있는 것도 우리가 “space animal” (번역: “공간의 동물”) 인 것처럼 앉아 있다.
우리를 몸체를 가지고 있고 정신을 가지고 있고, 그리고 중력으로 인해 땅에 붙어 있다. 우리는 땅의 여러 다른 표면 위를 움직이도록 강요된다. 평범한 잔디 위일 수도 있고, 여기처럼 카펫 위일 수도 있다. 어쨌든지 우리는 중력으로 인해 아래로 끌리고 있다. 그 의미는 우리 자체가 어떤 공간이기도 하고, 우리 주변 역시 한 공간인 것이다. 당신과 나 사이에도 역시 공간이 있다. 우리는 이 모든 다른 상황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이 상황을 재구성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를 포함해 이에 관심 있을 다른 이들에게도 우리는 항상 어느 공간 내에 존재하고 있음을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예술가로서 공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인가?

AV:
그렇다, 왜냐하면 공간은 우리 삶에 있어서 일반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공간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함인지, 우리에겐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여러 유형의 공간과 실험을 해 보는 것이다.

PD: 우리는 새로운 공간적 구조를 창조하도록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들은, 예를 들어, 플랫폼 서울 내에 있을 수도 있다. 이 작품은 거울을 기반으로 하며, 바닥은 완전히 일치하는 복도 형태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작품은 1인칭 슈팅 컴퓨터 게임의 영향을 받았다.

PD:
여기서 요점은 컴퓨터 게임 안에서는 완전히 다른 공간적 상황을 제작하여 벽 위도 걸을 수 있고, 천정도 걸을 수 있고, 문을 열면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모든 여러 유형의 공간에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그러한 공간을 실제로 만들고 싶다. 그래서 한 화면 안에서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의 공간을 만드는 데 있어 컴퓨터 게임의 몇몇 요소들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다.

AV:
우리는 건축에도 관심이 있지만, 우리는 예술가로서, 어떤 면에서는 우리 작품이 예술과 건축물의 경계에 걸쳐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또는 건축과 같은 요소들을 취급하기도 하고요. 우리는 공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건축가인 것은 아니다



내 생각에는 당신의 특정 공간 내의 디자인 과정이 건축 디자인과 어느 정도 비슷할 것 같은데, 당신도 선을 그리고 공간을 재구축하는 작업을 하리라 생각하는데.

AV: 여러 면에서 우리의 작품 제작 과정이 설계자의 제작 과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도 어느 공간에서 그 공간을 관찰하고, 스케치하고, 모든 것을 측량하며,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의 초안을 계획하고 구체적인 도안을 만들기도 한다.

PD: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어쩌면, 건축가들은 대부분 공간 또는 방을 설계할 때 매우 구체적인 기능을 중점으로 둔다. 만일 병원을 그린다면, 그 기능은 당연히 병원의 기능을 가지도록 하겠지만 우리의 작품은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정 바나 까페와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공간을 이야기하기 위한 공간인 셈이다.

매우 흥미로운 것은, 당신도 디자인 예술가로서, 사람들로 하여금 공간에서 길을 잃도록 만든다는 건데. 사람들이 자신의 뒷모습을 볼 수 있게 한다거나 말이다. 그래서 당신의 작품을 전시할 그 실제공간이 당신의 작품과 많은 연관성을 가지나? 예를 들어, 기무사에 전시될 그 작품은, 기무사가 여기서의 작품의 한 부분을 차지하나?

PD:
말하자면 이 작품은 우리가 런던에서도 한번 전시한 적이 있는 작품인데. 우리의 작품에 대해 한가지를 말하자면 우리의 작품은 변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전시 공간에 따라 변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무사라는 전시 공간은 예전 전시 공간에 비해 좁기 때문에 우리의 작품 역시 다른 사이즈로 재구축되었다. 그리고 이 방에 고정되므로써 이전 전시에 비해 타원 공간 상황을 (번역: 또는 특별한 상황을) 이루었는데. 그래서 우리는 항상 공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 공간이 저희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는 우리 작품이 그 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AV: 하지만 역사적인 관점에서도 이 기무사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긴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느 사무관이 몇 민간인을 시내에서 미행하며 그들의 행동을 기록한다 한다. 우리 작품 내에서도 유사한 행동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 내 어느 공간에 들어서면, 2명이 서로를 미행하게 되기도 하고, 또는 내가 내 자신을 따라다니며 나름의 자기미행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면에서다. 그래서 유사한 테마를 가지고 있다.

PD: 또한 기무사 내에는 문이 많다, 한 수 백 개의 문과 긴 계단으로는 복도로 향하고, 우리는 이곳 저곳을 걸어 다니며 이문 저 문을 통해 들어 오가고 복도를 지나 2층에 위치한 우리의 작품에 들어 서기 전 여러 방에 들어 서 조각, 사진, 비디오와 같은 좀 더 작은 플랫폼 전시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이 환경이 매우 만족스럽다. 정작 우리 작품에 입장하면 어떠한 작품 자체를 관람한다기 보다는 어느 문 뒤에 복도, 그 복도 뒤에 또 하나의 문, 그리고 그 문을 열면 완전히 다른, 한 번도 보지 못한 또 하나의 공간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공간은 당신으로 하여금 어떻게든지 반응하게 할 것이다.

아시다시피 요즘 3D 가상현실과 같은 기술 개발의 시대에 당신은 어떻게 보면 매우 기본적인 또는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하였는데. 내가 기억하는 바로도 작가 본인도 작품의 미니멀화를 추구한다고 언급하기도 했고, 그럼 당신의 미니멀아트를 요즘 시대의 하이테크놀로지 트렌드와 어떻게 비교하겠는가?

PD:
컴퓨터 내의 3D 가상현실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일종의 현실에 대한, 현실과 평행하는 시뮬레이션인 셈이다. 우리가 물리적으로 그 하이테크 컴퓨터 내의 가상현실 속에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와 AV는 물리적인 공간 내에서 활동하며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를 이해하고 확장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관점에서는 우리의 작품 역시 또 하나의 가상현실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거울과 거울 속에 비치는 것들은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그 공간이 반사되어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은 아니지만, 우리 작품은 조금 난해해지기도 하다. 매우 간단해 보이겠지만 깊이 있게 생각해 본다면, 실제로 당신은 현실 속의 공간을 거닐며 경험하는 동안에 작품 내 다른 사람들은 아까 AV가 언급한 것과 같이 서로 간의 inter-subjectivity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서로의 거울에 반사된 모습을 보며 말입니다. 사실 매우 복잡해 질 수 있다.

AV: 그리고, 내 생각에는 우리 작품을 일족의 공간 실험으로 고려하셔야 할 것이다. 실험실 내의 과학자들은 실험 도중 최대한의 많은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실험에 작용 가능한 최대한의 다양한 요소들을 말이다. 동일하게, 우리도 우리의 실험에 대해서 최대한의 많은 요소를 고려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남는 것은 단순히 공간의 벽, 천정, 바닥, 그리고 조명일 뿐이다. 그리고 이 작품과 같은 경우에는 거울도 그렇다.

AV: 그래서 한편으로는 우리는 이 모든 효과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빌딩/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만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공간과의 마주침만 남게 되도록 말이다.
 
PD:
주로 우리는 일상생활 속의 성분들만 사용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문도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일상적인 문이다. 특별한 디자인의 문이 아니라, 어디에서나 평범하고 싸게 찾을 수 있는 디자인의 문일 뿐이다.

PD: 어쩌면 건축 관련 잡지인 월간공간의 관점에서는 우리의 작품이 오늘날의 많은 건축가들이 잊어 버리고 있는 것, 결국엔 건축도 역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창조한다는 사실을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수 있다. 요즘 건축물들을 보면 대개 그 건축물의 겉면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바깥에서 보면, 특이한 방법을 사용한 것 같은 매우 복잡해 보이는 집도 내면에 들어가면 매우 평범한 공간일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많은 건축가들이 잊고 있는 것들을 우리 작품에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AV: 우리는 사실 매우 작은 규모의 물품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금 Peter가 자주 언급하는 것과 같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어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한 공간을 떠나 다른 공간으로 들어서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조명이 당신의 특정 공간 또는 특정한 시점을 경험하는 데에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것이 우리의 관심사다, 주체들과 공간 간의 관계에 있어 매우 작은 것들 말이다.

 
인터뷰 고원석 공간화랑 큐레이터, 이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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