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급작스럽게 들이닥친 세계 경제 위기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모두 그 추이를 조용히 관망하는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것이 모호하기만 하다. 우리의 건축 논의는 지금까지의 흐름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혹은 변화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 건축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본지는 세계 주요 건축가 23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 이들이 예측한 미래를 참고하고자 한다. 「공간」은 모두에게 다음의 총 6가지 질문을 제시했고, 참여 건축가들은 이에 답을 하거나 질문 전체를 아우르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 결과 대다수가 현대 건축계의 흐름이 분명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취하는 행동은 분명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이제 우리가 어떤 태도와 행동을 취할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_ 진행 이경은 기자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한국) 

경제위기가 사무소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실상 이 위기는 지금의 경제 체계에서 근본적인 방향 수정이 없다면 호황이든 불황이든 간에 앞으로도 실망스러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오히려 우리에겐 외부의 변화에서 오는 위기보다 사무소 내부에서 봉착한 다른 종류의 위기 상황들이 가장 절실하게 감당해야 할 당면 과제들이다. 이것은 우리 사무소가 기업으로 생존하기 이전에 ‘ 창의적인 집단으로서의 지속 가능성 ’ 에 관한 위기들이다.
 
이 경제 위기는 우리 사무소가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잠시 멈추어 생각할 시간을 주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우리는 경제 체계 내부에서 생존을 위해 간신히 최소한의 접점을 찾아가면서 가능한 한 최대한의 자율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왔다. 최소한 건축가들이 자신들의 작업을 위해 만든 일터 내부에서라도 각자 페이스로 때로는 이 사회를 거시적으로 움직이는 논리 밖에서, 때로는 상충될 수도 있는 개별 건축가 나름의 특별한 동기와 가치관, 이를 위한 대안적 작동 방식을 유지해가면서 외부와 공존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함께 가야 하지만 완전히 모든 것에 동의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와 함께 말이다. 비록 미미하나마 그렇게라도 건축적인 아이디어들이 촉매가 되어 만들어지는, 심지어 더 나아질 수도 있는 세상을 꿈꿔볼 수 있지 않겠나.
 

경제위기로 거대자본이 이끄는 대형프로젝트와 스타건축가로 대표되는 건축 경향에 대한 반성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이 기회에 ‘스타 건축가’라는 말과 이와 비슷한 종류의 ‘명품 도시’, ‘문화 강국’ 따위의 거품 같고 착취적이기까지 한 단어들이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현재처럼 건축을 외부적으로 규정하는 거시적 조건들이 급변하는 상황이 생겨날 때마다 흔히 나타나는 호들갑, 또는 기회주의적 태도는 우선 경계하자. 이런 점에서 슬라보예 지젝이 최근 한 건축 행사에서 “건축가들 스스로 윤리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이념적으로 선언하는 것처럼 끔찍한 경우는 없다”고 말한 것은 시기적절했다. 건축가들의 비평성은 외부 체계의 지겨운 주기적 현상들과 상관없이 현 경제 현상의 주기보다 더 긴 시간을 통해, 만만치 않은 현실에 근거한 지속적인 작업의 축적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되어야 하는 것이니까. 물론 현시점은 이 위기 직전까지의 건축의 대형화와 건축가의 스타 시스템을 이용한 건축 행위들을 통해 어떠한 의미 있는 시도, 성취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문제점과 좌절들을 냉정하게 평가해볼 수 있는 좋은 때다. 이를테면 이를 통해 스타 시스템 자체가 소멸될 수도 있고, 더 큰(또는 더 진정한) 스타가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더 바람직한 제3의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해답은 고민하는 자의 몫이다.
 
SPACE 2009년 7월 (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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