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임을 확인하고 보여주는 모든 것인 취향. 음식, 패션, 인테리어 등 사실 소비되는 모든 것들에는 우리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다. 그중 특히나 취향이 반영된 - 그것이 단순히 유행을 따름이었다 할지라도 - 공간은 카페가 아닐까 싶다. 때로 취향은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데, 특히 ‘생활’의 공간인 집은 이상과 현실의 거리가 멀어지기 마련이다. 싫은 반찬이 올라오기 마련인 가정식 밥상에 비해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먹을 수 있는 뷔페음식 같은 공간인 카페. 누군가의 취향과 통하기를 바라며, 다이닝카페 61, 1974 way home 그리고 table B를 소개한다.



[ 다이닝카페 61 ]
성곡미술관을 마주하고 있는 이곳은 주택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이 집은 1961년 지어진 것으로, 근대건축의 특징을 갖고 있다. - 여기서 눈치 챘겠지만, 그래서 카페의 이름이 다이닝카페 61이다. -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이 집을 개보수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지만, 디자이너는 이곳이 갖고 있는 근대건축의 특징들은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그것이 조금은 촌스럽게 보일지라도 말이다.




옛 기억과 조우하다

그렇게 해서 건물 외관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의 촌스러운 타일, 천장을 두르고 있는 몰딩, 기존의 창틀 등이 다이닝카페 61에 남게 되었다. 특히 2층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구들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단층에서 사용되던 구들이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2층에도 구들을 올리는 구조를 가능하게 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만의 근대건축이 갖고 있는 특징일 수 있는 이 구들은 다이닝카페 61의 입구 마당에 남게 되었다. 이렇게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이 이곳에서 공존의 싹을 틔우게 되었다.




잔잔한 파동을 만들다
멈춰진 시간의 축 위에서 새로운 시간의 켜를 쌓고 있는 다이닝카페 61은 섬세하고 잔잔한 감각의 파동을 갖고 있다. 디자이너는 강렬한 울림보다 잔잔한 파동을 가진 공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찾지 못하면 찾지 못하는 대로 발견하면 발견하는 대로 나름의 묘미를 선사하고 있는, 섬세한 감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보물찾기 같은 공간이다.




리얼 빈티지, 취향을 넘어선 품위를 더하다
이렇게 섬세한 감각을 가진 이곳은 ‘종이’의 그것과 닮아 있다. 미묘한 컬러와 감촉의 차이를 갖고 있으며, 자신의 존재를 과장되게 드러내지 않으며, 일상의 부분으로 만족할 줄 아는 종이는 전체 공간의 콘셉트가 되었다. 이 콘셉트는 종이에서 새어나오는 은은한 빛의 공간, 고서의 누렇게 바랜 종이의 공간 그리고 추억을 담은 사진의 공간이 되었다. 종이의 여러 형태를 보여주는 공간들은 각각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주택의 방을 트지 않고 분절된 방 구성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구들방이 나온 2층의 공간은 그 구들 때문에 좌식룸을 만들었다. 화려하고도 촌스러운 패브릭은 공간을 고급스럽게 포장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촌스러운 ‘몸빼 바지’같은 공간이 되어 ‘촌스러움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메모지의 그림자와 ‘몸빼 바지’ 패브릭으로 구성된 이 좌식룸은 이렇게 또 한 번 남겨진 옛 주택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빈티지 ‘스타일’을 흉내 낸 것이 아닌 ‘리얼 빈티지’를 실현해낸 다이닝카페 61이 멋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취향’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설계 : Limtaehee Design Studio / 임태희 (031)786-0929
시공 : Limtaehee Design Studio / 조우곤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2가 1-251 (02)730-8959
면적 : 103㎡
마감 : 바닥-고재, 우레탄, 벽체-도장, 우레탄, 천장-도장, 고재
사진 : 박영채


권연화_인테리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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