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풍경 만들기

문화국가, 문화국민, 문화도시, 문화시민. 더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들이다. 그렇지만 ‘문화’를 정의내리기는 쉽지 않다. 시간, 공간, 동시대 시민들 간 정서적 공감대 등 유무형의 다양한 의미요소들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동시대의 결과물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이후 각 시도의 각종 행정시책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 ‘문화’를 키워드로 한 도시정책들이다. 과연 언제부터 우리에게 ‘문화’가 이토록 중요했던가. 우리 도시들은 이를 통해 어떤 새로운 도시풍경을 연출해내려 하는 것인가.

본지는 지난호 부산영상도시에 이어 그 두 번째 도시로 안양을 주목한다. 안양은 그간 정체성이 부재하는 도시이자 소외된 주변도시로 인식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도시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도시 곳곳에 담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 안양시가 적극적으로 도입, 수용하기 시작한 ‘안양아트시티21’ 정책은 산업화, 근대화, 자본주의화로 인해 부정적으로 변형, 인식되고 있는 안양을 살기 좋은 도시, 자연친화적인 도시, 문화와 예술이 주축이 되는 도시로 탈바꿈시키고자 하는 시도이다. 특히 안양시는 그 움직임의 발단을 예술(art)에서 찾고, 동시에 다른 분야와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도시정책들과 차별화된다. 그리고 지난 11월 5일, 안양유원지를 끼고 벌어지는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가 그 첫 번째 물리적 구현체로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미학 또는 환경의 시대로 들어선 오늘날, 도시 조성 키워드를 과거 소수 엘리트 중심의 그것이 아닌 일반 대중을 위한 감성적 코드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이 프로젝트는 매우 의미있는 시도이자 미래도시 형성의 새로운 연구사례가 될 것이다.

최진이 기자

 안양 파빌리온


알바로 시자가 아시아에 최초로 실현하는 프로젝트인 ‘안양파빌리온’은 시자 특유의 기하학적 공간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15개의 전시공간이 포함되어 있다. 기둥이 없는 파빌리온 내부공간은 어느 각도에서도 똑같은 형태로 읽히지 않으며, 여러 기능과 엮여 돔에서 자유롭게 주변으로 뻗어나간다. 돔 형태의 지붕 중심점은 뒤쪽 산자락과 앞쪽 도로의 관계를 고려해 적절히 자리잡고 있으며, 이에 따라 랜드스케이프 선은 자연스럽게 하천으로 흘러들게 된다. 파빌리온 내부는 여러 실로 이루어진 전시공간과 달리 단일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구석구석 다양한 스케일을 경험할 수 있다. 2006년 2월 준공을 목표로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박완순
자료제공 힘마건축

 전망대_엠브이알디브이

MVRDV의 전망대는 삼성산의 등고선을 원뿔형으로 연장하여 산 형태를 확장시킨 것이다. 전시, 공연, 전망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갖춘 이곳은 내년 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은 첨탑으로 안내하는 길은 안양유원지 중심부의 정상에 있어, 공원의 핵심부분인 언덕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나선형을 그리며 언덕 위로 이어지는 타워가 된다.

정상 아래로 두 개의 등고선을 이용해 길의 윤곽을 결정했다. 두 개의 등고선 중 하나는 외부 나선을, 다른 하나는 내부 나선을 형성하며 이 두 곡선이 안쪽에서 만나면 길의 폭에 변화가 생긴다. 1.5m를 최소 폭으로 두 길의 기준을 삼고 있으며, 길의 경사는 10분의 1로 고정시켰다. 네 개의 고리가 이어진 듯한 146m 길이의 길은 14.6m 높이(92m+14.6=16.6m)의 타워를 형성하며, 160m2 규모의 지역을 감싸게 된다. 내부의 빈 공간은 소규모 전람회 같은 행사를 유치하는 전시관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공연예술을 위한 무대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때 관객들은 언덕 정상에서 무대를 내려다볼 수 있다.

사진 박완순

 웜홀 주차장

아콘치스튜디오의 웜홀 주차장은 주차장 기능과 휴게시설 및 극장 기능을 함께 갖춘 구조물로 2006년 상반기에 준공될 예정이다. 동서로 긴 부지의 서쪽에 주차장을 설치하고 동쪽에 야외무대를 설치하여 이를 튜브로 잇는다. 튜브는 공중부양되어 기존 나무들 사이로 뱀처럼 구부러져 있는 형상을 띨 것이다. 보행자들은 튜브를 통해 주차장에서 야외무대로, 야외무대에서 주차장으로 오갈 수 있다. 중간부분 두 지점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접근성과 다양함을 한층 더 높일 계획. 주차장은 유리섬유로드 재질의 스크린으로 가려질 계획인데, 시간이 지나 식물이 이를 뒤덮을 것이다. 그러면 나무들은 벽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튜브는 2겹의 지붕재(1겹 - chain link, 2겹 - 2mm 투명비닐)로 덮여 있어 신비로움을 더할 것이다.

자료제공 이공건축, 아콘치스튜디오

 
리. 볼. 버

한 지역이 가진 역사나 문화적 토대를 재해석, 재구성하여 기능이 있는 현대적 느낌의 설치작업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헤르만 마이어 노이슈타트는 특정 공간 속에서 창을 통해 숲속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들었다. ‘리.볼.버’는 자연풍경을 재해석, 재구성하여 감상할 수 있게 하는 건축적 구조물이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자연 그 자체이기 때문에, 주변 자연요소들의 보존이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구조물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형태와 위치를 기본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 구조물은 얼핏 권총 형태처럼 보이는데, 총구에 해당하는 겹쳐진 원통형 매스와 손잡이에 해당하는 모서리인 둥근 사각형 매스의 스킨은 주변의 풍광을 맵핑하여 내부로 전사시킨다. 또한 색을 갖는 투명한 재질의 표피는 주변의 색을 변화시켜 내부로 투영한다.

사진 박완순

 
종이뱀


쿠마 켄고는 가볍고 실용적인 신소재를 이용하여 길이가 긴 뱀 형태의 파빌리온을 구상했다. 조각물처럼 독립적이고 독창적인 기하학적 형태를 만들면서 산속의 쉼터를 제공하는 이 작품은 특히 고르지 않은 산속 지형 위에서 각 슬래브들이 철저한 계산 아래 정확한 형태로 서로 맞닿아 있어야만 완벽한 형태를 이루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진 APAP조직위원회

 오징어정거장

안양유원지 입구에서부터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내부로 이끄는 엘라스티코의 구조물은 마치 어릴 때 갖고 놀던 레고를 조합하여 만든 듯한 외관을 띠고 있다. 길게 늘여 있는 알록달록한 색띠를 쫓아 끝까지 올라가 보면, 약 3m 높이의 전망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아래서 머리부분을 올려다보면 뱀머리 형태여서 이 또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오징어정거장’은 벤치 기능까지 겸하고 있어 단순히 지나칠 곳을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 기능적 활용도가 높은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사진 박완순

 1평 타워

디디에르 피우자 파우스티노는 한국의 건축 기본단위가 한 평인 것에 착안하여 ‘1평 타워’를 설계했다. 유원지 초입에 이번 행사의 상징물처럼 우뚝 솟아 있는 이 작품은 관념적 한 평과 실제 한 평의 차이를 고려함으로써 공간의 경제적 사용과 실제감, 그리고 개인공간이 침범당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의 개인적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한 평의 단위공간을 수직적으로 배치하여 최소의 대지를 경제적으로 사용하며, 어떤 목적을 위한 공간을 계획하지 않음으로써 한 평 자체가 갖는 가능성에 대해 보다 주목한다. 주택에 대한 그의 현대적 해석이기도 한 1평 타워의 꼭대기층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은 안양유원지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다.

사진 박완순


SPACE 2005년 12월호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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