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위원회(CTBUH) 2004 서울 국제학술대회 유치 활동을 전개하였던 김종성 씨를 만나 초고층건축물에 관한 의견을 들어 보았다.

초고층건축물의 디자인은 다른 건축물에 비해 구조나 기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초고층건축물의 디자인 흐름을 설명해 달라.

지난 2001년 9.11 테러로 사라진 월드트레이드센터의 형태가 한동안 초고층건축물의 전형처럼 되어 왔다. 1970년대 후반부터 20년 동안의 건물 구조 경향을 살펴보면, 기둥을 4.5m 간격으로 촘촘하게 배치해서 그것이 한 다발을 이뤄 바람에 저항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만약 사각형 건물이라면) 네 모서리에 방 크기만한 기둥을 세워 하중을 모아주기 때문에 풍압에 효율적으로 저항한다. 구조시스템의 변화에 따라, 옛 월드트레이드센터처럼 균질한 외피가 아니라 거대한 기둥 사이사이를 커튼월과 같은 투명한 외피로 채우는 것이 최근과 앞으로의 경향이다.

투명함을 추구하는 것은 초기 모더니즘의 욕망이었으며, 이러한 경향은 점점 강세다. 20년 전에는 클리어 글라스(clear glass)라도 녹색기가 돌았는데, 지금은 광학유리에 접근하는 투명도 높은 유리가 개발되었다. 디자인 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시공 능력이 상당히 발전했다. 예를 들어 버즈두바이는 전체를 지지하는 코어가 있고, 높이가 다른 윙을 받침으로 묶는 구조인데, 외피 자체는 투명유리로 마감했다. 두바이는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곳이지만 투명함을 유지하면서도 태양열을 반사시키는 커튼월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역설적인 예지만, 모더니즘 초기인 1929년 르 코르뷔제는 모스크바에 설계한 백화점의 마감을 유리커튼월로 했다. 겨울 기온이 영하30도까지 내려가기도 하는 나라에 3mm짜리 단층유리로 외벽 마감을 했으니, 결국 그 건물은 폐허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이 상당히 발전해서 열대지방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유리가 개발되었다. 모더니즘 초기에는 투명성에 대한 소망을 기술이 뒷받침하지 못했지만, 현재는 투명성이라는 주제가 새로운 가능성으로 대두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초고층건축물이 있는가.

최고 높이의 타이틀을 가진 것 중에는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일반적인 초고층건축물의 정의에 포함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I. M. 페이가 설계한 홍콩의 뱅크오브차이나타워를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초고층건축물이 택할 수 있는 이미지 중 하나라는 생각에서다. 건물의 네 모서리에 기둥이 있고 정방형의 매스가 올라가면서 직각 삼각형 매스가 하나씩 떨어져 나간다. 상당히 섬세하고 고운 표피로 감싼 건물이다. 초고층건축물을 디자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100층이 넘는 건물이라면 그곳에서 생활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림이라면 치워버리면 그만이지만 건축물은 싫다고 피할 수 없는 중요한 환경이다. 조형성을 너무 추구해서 한순간에 활짝 피었다가 싫증나는 이미지가 아니라 50~60년이 지나도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 건축이 지닌 덕목이 아니겠는가.




발상지인 미국과 그 뒤를 따르고 있는 아시아의 초고층건축물 건설의 사회ㆍ건축적 배경은 무엇인가.

고층건물은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아주 단순히 자본주의사회의 개발논리에 의한 것으로, 좁은 땅에 어떻게 하면 많이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시장의 역학관계를 원동력으로, 1860년대쯤 오티스가 엘리베이터를 발명하면서 고층건물 건설은 물리적으로도 가능하게 되었다. 대화재 이후 시카고에는 17~20층 정도의 상업건물이 세워졌는데, 이것이 미국 고층건물의 시작이었다.

제2차세계대전 이전 미국 고층건물의 정점에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있었다. 이후 고층건물의 발전과정을 보면, 초고층을 지향하기보다는 맨해튼 중심업무지구의 적정 용적률인 2,300%를 따랐다. 즉 2차세계대전 후 1970년대까지 25년 정도 50~60층 규모의 건물이 중심업무지구를 구성하고, 여기에 110층 규모의 월드트레이드센터와 시카고 시어스타워가 지어졌다.

그후 초고층건축물의 기록은 아시아로 옮겨진다. 일본이나 중국, 한국은 공통적으로 미국에 비해 지가가 매우 높다. 그러므로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최적 안이 고도개발이다. 한국에서는 용적률 제한이 초고층건축물 건설에 상당한 장애요인이 된다. 미국은 지가가 싸기 때문에 이제 초고층건축물을 짓는 것이 경제적으로 특별한 이점이 없다. 유럽은 조금 다르다. 파리가 좋은 예인데, 구도심은 엄격한 조례로 지방문화재라 부를 만한 것들을 보존하지만 라데팡스같은 신도시에서는 초고층건축물을 짓는 것이 허용된다. 그러므로 앞으로 파리나 바르셀로나에도 초고층건축물이 생길 여지가 있다.




인터뷰_김정은 기자


SPACE 2005년 8월호에 소개




건축, 문화 소통의 공간 VMSPACE
http://www.vmspace.com
copyrightsⓒVMSPACE. All 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