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Materials In Architecture, Interior Architecture & Design - 최민정 기자

Axel Ritter 지음 | Birkhauser 펴냄

 

아마 설계 수업 중이었을 것이다. 교수님이 Birkhauser의 책을 몇 권 보여주셨던 기억이 난다. 이 출판사의 책들은 멋지다며 꽤 칭찬을 하셨는데, 조경과 페이빙 상세가 잔뜩 그려져 있어서 좀 얼굴을 찡그렸었다. <smart materials in architecture, interior architecture and design>의 출판사인 Birkhauser는 스위스 최대규모의 과학분야 전문 출판회사다. 90년대 초반 베를린에 건축 분야의 전문서적을 위해 편집실을 마련한 뒤, 건축과 디자인 서적에 있어 독보적인 지위를 거머쥐었다. 저자인 Axel Ritter는 독일의 프리랜서 건축가로, 10년 넘게 실험적 건축을 통해 역동적 구조 (Kinetic structure)와 'smart materials'를 연구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똑똑한 재료들에 관한 책이다. 이 재료들은 열, 전기, 빛 등에 의해 형상과 빛깔이 바뀌고, 에너지나 연료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건축, 디자인, 예술 분야의 학생과 종사자들을 위한 책이라는 설명이 무색하게, 일반인에게도 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재료가 실사용된 사례 사진들이 패션매거진의 그것처럼 멋지게 배열되어있다. 더 나아가 '재료'가 디자인의 중요한 축이며, 디자이너를 창조적으로 이끌 수 있는 매개체임을 깨닫게 한다.    

 

책의 표지는 인광 (복사선에 노출된 물질이, 자극하는 복사 에너지가 사라진 후에도 계속해서 내는 빛을 발하는 것) 잉크로 장식되어 있다. 이 인광잉크 또한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smart material' 중 하나다 (한밤중에 책상 위에 올려진 이 책을 보았는데 인광 잉크 부분이 빛나고 있었다). 인광과 형광의 차이를 정확히 설명하기 힘든 독자들을 위해, 이 책은 각 재료들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그 재료들이 건축 분야에 어떻게 응용되는지에 대해서도 빠짐 없이 거론하고 있다. 저자인 Axel Ritter가 참여한 현상계획안을 소개하거나 아티스트가 작업한 설치미술 사진과 함께 재료를 보여주기도 한다.

특정단어들이 있기 때문에, 목차를 꼼꼼히 살펴본 뒤 책을 읽는다면 훨씬 수월할 것이다. 크게는 '형태나 색을 변화시키는 재료'와 '빛과 전기, 연료를 발생시키는 재료'로 나뉜다. 빛에 따라 색을 바꾸는 광색성의 재료 (photochromic materials, PC), 온도에 의해 색과 형태를 바꾸는 재료 (thermochromic and thermotropic materials, TC, TT), 전기에 의해 색과 형태를 바꾸는 재료들 (electrochromic and electrotropic materials, EC, EO), 형광(fluorescence), 인광(phosphorescence), 발광다이오드(light-emitting diodes, LED) 등 몇 몇 단어들을 미리 숙지하고 살펴볼 것을 권한다.

재료들을 살펴 보노라면, 소위 잘 나간다는 과학 기술들이 도도하게 폼 잡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 똑똑한 '기술'들은 섬유, 자동차, 가구, 전자기기, 조명, 예술, 건축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책 속의 'E INK Paper 디스플레이(LG 필립스)' 사례 사진은 올 2010년 연초 IT업계의 전자책 열풍을 떠오르게 하고, LED 사례들은 야관경관조명 등으로 이미 친숙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새로운 재료의 첨단이나 유행을 보여주는 목적을 넘어, '똑똑한 재료'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큰 힘을 쏟는다. 빛이 어떻게 광색성재료에 영향을 주는지, 발광다이오드가 빛을 받을 때와 발할 때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싣고 있다. 이제는 당연시되는 친환경건축 개념이나, 3D프로그램의 사용으로 꽤 익숙해진 유기체건축 등 경향만을 생각하기 이전에, 재료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책이다. 새로운 재료들에 대한 정보를 이메일로 받고 있다는 저자의 글을 생각하면, 개정판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글 최민정 (VMSPACE 스페셜 리포터)

건축, 문화 소통의 공간 VMSPACE
http://www.vmspace.com
copyrightsⓒVMSPACE. All 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