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평호에 잠겨버린 가평의 산줄기 하나는 호수로 툭 튀어나와 급경사의 삼각형 땅이 되었다. 현장을 방문하니 대지는 홍수위보다 8m 높은 축대 위로 평평하게 정지되어 있었으며, 산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붉은 흙이 급경사로 드러나고 위로는 숲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강 건너로 보이는 작은 마을도 사랑스러웠지만, 물을 따라가며 들쑥날쑥 드러난 육지의 숲들이 반짝이는 호수에 그늘을 드리운 모습으로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이런 땅이라면 손대지 않고 자연 상태를 그대로 놔두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어떻게든 집이 지어질 것이라면 이 호수가의 집은 휴식과 레저를 위해 찾은 사람들의 낭만이 담을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집은 자연 속에 잘 숨겨진 모습일 수도 있고 오히려 대비적으로 돌출된 형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건축주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집이 되어 이 근처를 오가며 한 번은 그곳에서 묵고 싶은 느낌을 줄 수 있는 모습이 되길 원했고, 온통 호수와 숲으로 감싸진 대지의 집은 자신의 모습을 잘 드러내 보일 수밖에 없었다.


SPACE 2002년 10월호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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