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 건축의 매력은 절반 이상이 집 앉히는 방식에 있다고 믿는다. 대학 4학년 당시, 가회동 한옥보존지구를 실측할 기회가 있었는데, 담과 벽의 구별이 모호한 것을 흥미롭게 생각했다. 집과 길이 그대로 만나는 직접성을 나는 지금도 도시적인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 지어진 일반적 단독주택들처럼 대지 주변에 담을 두르고 그 안에 집을 앉히는 것은 전원지대에나 어울리는 방식이다.


처음 결정해야 했던 것은 집을 효자로에 가깝게 붙이느냐, 뒤로 미느냐의 문제였다. 결국 미관지구 후퇴선을 따라 최대한 길에 붙이기로 했는데, 일단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도시에서 길과 건물은 서로 바짝 붙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또 바로 뒷 필지의 광업회관 건물과 적절히 떨어져 있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주차 역시 고민거리였는데, 효자로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보행자 중심의 거리가 되는 것이 마땅하므로, 주차는 건물 뒤의 막다른 골목을 통해서 모두 지하로 내리기로 했다.(공사 당시 민원으로 현재는 건물 전후면에 모두 주차 출입구가 있는 상황임)


이렇게 해서 대지 주변을 따라 건물을 앉히고 나니 전체적으로 ㄷ자가 되었고, 넉넉한 크기의 후정이 만들어졌다. 이 후정에는 통의동의 명물이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백송을 다시 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만 수종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효자로를 걷다보면 건물을 통해 이 후정이 보였으면 했다. 어차피 1, 2층은 카페 용도로 계획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건물의 기능과도 잘 맞았다. 나아가 건축주를 설득해서 아예 건물을 관통하는 통로를 만들기로 하여, 효자로와 뒷골목이 연결되도록 했다. 결국 집이 들어섰으되 동네는 오히려 더 소통이 되는 결과가 되었다.
글: 건축가 황두진




SPACE 2002년 6월호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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